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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2.08 20160208 [뽐잭맠] 07 2
- 2016.01.05 20160105 진단메이커 3
- 2015.12.30 20151230 메뉴 정리를 다시 하는게 좋을거같아 4
- 2015.12.30 20151230 [뽐잭맠] 06.5 1
- 2015.12.16 20151216 [뽐잭맠] 06
- 2015.12.13 20151213 쓸거 3
- 2015.11.28 20151124 [녕잭] -
- 2015.11.23 20151123 [뽐잭맠] 05 2
- 2015.11.17 20151118 [뽐잭맠] 04 1
- 2015.11.13 20151113 [녕잭]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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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8 [뽐잭맠] 07
"어째서, 그를 잭슨의 곁에 붙여둔거야?"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 벌써 꽤 친해진 거 같더라. 왜, 질투나?"
아팠다. 마크는 스트라이커로서는 낙제점을 받아 잭슨의 보조가 되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일개 연구원 출신인 진영이 감당할만한 힘은 아니었다. 마크 형도 은근 욱하는 기질이 있다니까. 말이 적어서 그런건지 그르렁거리면서는, 멱살을 쥐인 것 정도만으로 잠깐 숨쉬기가 버거웠다. 이내 쓸데없는 화풀이라는 걸 본인도 알아차렸는지 놓아준 게 다행이었다. 진영이 한참 숨을 고를 때도 아니꼬운 눈이었다. 아니, 걱정하는 걸까. 진영이 숨을 돌리고 나서야 마크는 입을 열었다.
"그가, 잭슨을, 죽일거야."
또박또박, 요령없이 읊조렸다. 진영은 목을 매만지더만 자연스레 떨어진 서류를 줍는다.
"잭슨은 죽지 않아. 형도 알잖아? 잭슨의 코어는 발견되지 않은거."
와. 형 컵도 엎었어… 젖어버린 부분은 아예 못쓰게 되어버렸다. 담당 연구원의 개인적인 기록이니 진영의 마음대로 써도 된다지만 귀찮은 일이다. 진영이 안 젖은 부분을 잡고 종이를 흔들거린다. 마크는 입을 우물거린다―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은 얼굴이다.
"아니면 형, 형은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있는거야?"
07
옆 방의 상황이 궁금하다 하더라도 영재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또 우당탕 하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에 재범은 애써 무시했다. 총을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고 잡아본 적도 없으나 재범에게 쏜 탄환을 쳐낸 게 잭슨이라 그렇지, 위력도 상당해보였고 거리도 멀지 않았다. 잭슨이 막지 않았으면 분명 명중이었을 터이다. 그런 사람을 당해낼 재간은 있나. 아는 것도 없고 능력도 없다. 재범은 점점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리는 느낌이었다.
재범은 그 작은 문을 열었다. 꼭 수그리고 들어가야 하는 그 문. 여전히 불은 희미한 등 하나뿐이다. 어째 인형 갯수는 미묘하게 줄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럼에도 여전히 바닥까지 즐비한 인형들을 재범은 발로 슥슥 밀어내며 그 주인을 찾아내었다. 잠든 듯 내리깐 눈―확실히 자고 있겠지. 아까 마큰지 하는 새끼가 재워뒀으니.―을 보니 눈 떠 방방거릴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라 재범은 그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잭슨은 정말 갑자기 눈을 떴다. 분명 재웠다고 하지 않았냐고. 재범은 나름 강심장이라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놀라버렸다. 놀란 얼굴이 우스웠는지 잭슨이 뒤집어져라 웃었다. 하이톤에 큼지막한 웃음소리가 영재 웃음소리 못지 않게 귀를 뚫는다. 아, 씨. 왜 주저앉은 자리에는 푹신한 게 없는지 바닥에 찧은 궁둥이가 지끈거렸다.
"째봄 진짜 우껴써!"
웃다보니 어느 정도 교정되었던 발음이 다 뭉개져 나온다. 째봄이 아니라 재범. 우껴써 아니고 웃겼어. 그리도 못난 부리를 죽 잡아당기며 타박하니 앓는 소리를 낸다.
"자라니까 안자고 뭐해."
"흔즈 즈그 쉬르으으으…."
재범이 입을 놔주자마자 불평이 쏟아져 나온다. 아푸다. 진짜 아푸다. 재범 나쁘다. 다 부수고 다니는 자식이 엄살은. 재범은 잭슨의 불평을 들은 체 만 체 쭉 내민 입술을 꾹 누른다. 잭슨이 식식거렸다. 아니, 식식거리는 척 한다. 재범이 피식 웃었다. 웃기는 자식. 잭슨이 팔다리를 퍼덕거리다 결국 뒤로 넘어간다.
"사탕 까줘."
"이 썩어."
"재봄 진짜 나쁘다."
"어련하시겠어."
"그게 뭐야. 재봄 이상한 말 해."
"봄 아니고 범이라고. 얼른 자라."
한결같이 쭈욱 애같아서는. 재범이 잭슨의 앞머리를 꾹꾹 눌러가며 쓰다듬는다. 재범이 이불을 챙겨주었다. 잭슨이 배시시 웃더만 그 이불을 들춘다. 꼬옥 선심 쓴다는 얼굴을 하고는 제 옆자리를 팡팡 두들겼다. 재범은 꿈질꿈질 거리를 두고 들어온다. 잭슨이 재범을 확 잡아당겨 끌어안는다. 놀라 밀어내려해도 쉽사리 밀려나지 않는다. 옷은 왜 벗어두고 자는건지 뜨뜻한 체온이 그대로 전해진다.
"안덥냐."
"응. 안 더워."
"이러고 자게?"
"응!"
"안불편해?"
"안 불편해."
난 불편한데 말이야. 한 마디에 풀이 죽는다. 재범은 또 그걸 참지 못하고 제 쪽으로 좀 더 잡아당겨 도닥여준다. 유겸이 보기라도 하면 놀랄테다. 와, 재범형이 그럴줄도 알았어요? 보일 반응이 뻔하다. 잭슨도 눈을 둥그렇게 뜨고 바라본다. 다시 헤죽 웃는다. 입이 하트 모양이 되는게 꽤 귀엽다.
"다 좋은데 말이야."
"응!"
"자다가 나 집어던지진 마라."
굳었다. 잭슨이 굳었다.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묘한 긴장감이 찾아왔다. 그러고보니 인형들의 배치가 늘 난장판이면서도 조금씩 바뀌던게 이런 이유였나. 살그마니 손을 빼고 떨어지는 걸 어찌 해주지도 못하고 재범은 허탈하게 웃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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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5 진단메이커
https://kr.shindanmaker.com/529483 >> 피폐물 연성소재 문구 진단 피폐 조아해....
1. 뽐잭의 피폐연성 소재는 「 노예, 독」문장은 "니가 내 뭐라도되는냥 착각하지마." 절대적인 분위기로 연성.
2. 맠슨의 피폐연성 소재는 「 바다, 갇힌」문장은 "시동끄고 뒤로 넘어와." 밤바다를 배경으로 연성.
https://kr.shindanmaker.com/360660 >> 오늘 연성은 이런 느낌으로 어때??
1. 뽐잭의 소재 멘트는 '끝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 거야', 키워드는 젖은 목소리이야. 슬픈 느낌으로 연성해 연성
2. 녕잭의 소재 멘트는 '내가 사라져도 넌 괜찮을 거야.', 키워드는 고백이야. 평범한 느낌으로 연성해 연성
3. 맠슨의 소재 멘트는 '그래도 세상은 돌아간다', 키워드는 루프이야. 차가운 느낌으로 연성해 연성
4. 뱀잭의 소재 멘트는 '이젠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키워드는 우산이야. 아릿한 느낌으로 연성해 연성
5. 겸잭의 소재 멘트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키워드는 루프이야. 꿈을 꾸는듯한 느낌으로 연성해 연성
https://kr.shindanmaker.com/440719 >> 앵스트 연성소재
https://kr.shindanmaker.com/549797 >> 알 수 없는 분위기의 연성 문장들
https://kr.shindanmaker.com/550240 >> 문장 하나에 글 하나
저장용… 맘에 들면 언제 썰로 바뀔지도 모르고 글로 바뀔지도 모르고 음 모르겠다 요새 연성욕이 또 떨어져서… 누가 슨른쪽좀 파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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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30 메뉴 정리를 다시 하는게 좋을거같아
삐침 → 알았어 알았어(아빠미소)의 무한반복과 그와중에 애잔한 진영이의 손… 하하 귀여운것들
떡밥란이 필요하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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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30 [뽐잭맠] 06.5
진영이 다급하게 창 밖을 내다보았을 적에는 이미 늦었다. 저 아래 떨어져 마지막일 듯 한 숨을 내뱉으며 바르르 떠는 소년은 머리가 부숴져 알아볼 수 없었다. 선임 연구원은 진영도 떨어질까 뒷덜미를 잡고 있었다. 그 외에는 익숙한 듯 무심했다.
사람이 죽었어요.
많이 보게 될거야. 그럼 익숙해져.
그들도 아니잖아요. 사람이잖아요.
선임 연구원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쟤가 사람은 아니지. 당연했고 싸늘했다. 진영은 조심스레 창 밖을 내다보았다. 소년이 히죽 웃었다. 봄이었고, 따스한 바람이 불었고, 백발에 가까운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흩날렸다. 마치 그림처럼 소년은 서있었다.
06.5
연구원의 말은 하나 틀린데가 없었다. 안녕, 난 잭슨이야. 그렇게 자신을 소개한 소년은 그 후로도 두 번인가를 낡은 건물 칠 층에서 거꾸로 뛰어내렸다. 선임 연구원은 그게 잭슨만의 떼를 쓰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마음이 약한 연구원이 오면, 기겁해서 뭐든 다 들어주게 된다던가. 결국 잭슨이 죽는 결과는 나오지 않지만. 선임 연구원은 잭슨의 자살 시도와 비슷한 그 행동을 무시하라고 조언했다. 무시하면 안들어주는 거 알고 안해. 오히려 들어주면 또 해달라고 더 그러는거지. 진영은 턱을 괴고 펜을 돌렸다.
잭슨 왕 또는 왕가이. 신체 나이 스물 셋.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자치구 출신. 키 174.8cm에 63kg. 스트라이커. 특수능력 강화. 진영은 갖은 스테이터스를 기록해둔 차트를 넘겼다. 대부분의 사항이 물리적인 영역에서는 최대치를 넘었고 나머지 영역은 고만고만한 수준이었다. 차트의 변동도 없으니 별 의미가 없다. 차트보다는 지난번에 읽은 연구원들의 기록 일지가 더 도움이 되었다. 차라리 그 쪽은 흥미로웠다. 개인적인 의견이 가미된 기록들은 육아일지에 가까웠다. 누군가는 사건 당시의 정신적 충격으로 유아퇴행을 보이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초기 기록들은 닳아 보기 힘들었다는 게 아쉬웠다. 그 때의 기록들이 조금 더 잭슨의 근본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텐데.
찌녕, 찌녕!
진영이야. 진. 영.
찌. 녕.
진영은 진즉이 잭슨의 발음을 포기했지만―그 수많은 세월동안 정착되어 온 발음을 바꿀 생각도 바꿀 수 있을거란 생각도 하지 않았다. 나름 애같고 귀엽기도 하고. 놀림거리도 되고.― 늘 잭슨의 발음을 지적하곤 웃었다. 잭슨이 한참을 발음으로 끙끙댄다. 찌, 찌, 찌녕, 찌이녕. 찌. 지. 찌. 지? 결국 아랫 입술을 툭 내밀어버렸다.
찌녕 못돼써.
아니지. 친구 이름도 발음 못하는 친구가 어딨어. 잭슨이 나빴네.
또 반박을 못하고 끙끙 앓고 앓다가 결국 한 마디를 생각해냈다. 찌녕도 잭슨 정확히 발음하는 거 아니잖아! 진영은 말을 잇지 못하고 끅끅대며 웃었다.
그래. 오늘은 무슨 일이야?
진영은 선임 연구원에게서 잭슨이 진영이 온 첫날부터 투신한 이유를 들었을 때 기가 막혔다. 왜, 걔 방에 곰인형 많거든. 그거 관리하는거 때문에 애들이 무지 투덜거린단말야. 한두개도 아니고 그거 다 빨아줘야지 널어줘야지… 근데 또 하나를 들고 왔길래 그만 쌓아두고 좀 그건 버리라고 했더니 저러네. 잭슨이 울상이 되었다. 그래도 우는 일은 많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까지 생각이 미치니 진영은 놀라 잭슨을 도닥였다.
사진. 없어져써. 찾아줘.
사진. 기록자의 역할까지 수행하던 연구원들의 기록을 보면 잭슨이 좋아하는 건 많았지만 그 중에서 유독 좋아하는 건 세 가지였다. 커다란 곰인형. 막대사탕. 그리고 그 시절부터 유일하게 지니고 있어왔다던 사진 한 장. 오죽하면 그 사진이 잭슨의 코어라는 주장도 있었다. 그렇게나 보여주지도 않고 소중히 품고 다닌다더니!
그거 어떻게 생긴건지 모르는데….
낡아써. 그리고 나 있써.
된 발음이 애가 닳았다. 그제사 깨달은 불안함이 다시금 몰려와 어쩔 줄 몰라한다. 그러니까, 오른쪽에… 설명은 하려는데 완벽히 설명해주긴 싫어 눈을 굴린다. 빤히 보인다. 진영은 방긋 웃어주었다. 꼬리내린 강아지가 되어서는 조용해졌다.
알았어. 찾아줄게. 그러니까 너무 불안해하지 마.
응.
좀 오래 걸릴 거 같으니까, 오래 걸린다고 또 뛰어내리고 그러지 말고. 너 뛰어내리면 안 찾아준다.
응. 안 해, 안 해. 그거 하면 나도 아파. 안 해.
나도 아파. 그래. 그랬겠지. 진영은 그제사 얼굴이 밝아진 잭슨을 본다. 까르르 웃으면서 찌녕 최고야, 따위의 의미의 말들을 반복한다. 힘줘 끌어안고 부비작거린다. 넘치는 힘에 넘어가지 않게 노력하면서 자연스럽게 떼어놓아야 하는 진영의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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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싶었던거 중에 하나 자살소년.... 음 23살이 소년은 아니지만 스니는 아가니까(ㅈ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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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6 [뽐잭맠] 06
06
마크는 지나치게 재범에게 불친절했다. 원래 저 형 좀 무뚝뚝해요. 아니, 무뚝뚝한 정도가 아니라고. 적어도 다른 멤버들과 노는 모양새를 보아하면 그렇게 무뚝뚝하지만도 않아보였다. 말만 없으니 조용해보일 뿐이지. 멀리서 보면 오히려 텐션은 높다. 재범이 눈을 가늘게 뜬다.
"와, 진짜요? 잭슨형이 그런 말을 했어요?"
그 날만 해도 마크는 돌아오자마자 잭슨을 얼른 재우는가 싶더니 곧장 재범을 잡아 끌고 진영에게 찾아갔다. 여기 있는 녀석들은 빌어먹을 힘 하나는 뭐 그리 좋은지 팔을 뺄 수가 없었다. 재범을 내팽개쳐버리더니―벽에 처박히는 수모를 당해야했다. 같은 방에 있었던 영재가 당황해서는 재범을 옆방으로 질질 끌고왔다.― 「저런건 왜 줏어왔어」라더라.
"어."
"되게 시큰둥하네요. 장벽 안쪽 사람들은 나가고싶어하지 않아요 보통?"
"나가고 싶다고 문 열어주냐."
"어… JB형은 모르는구나. 잭슨 형 담 넘을 줄 알아요."
물론 진영의 반응도 가관이었다. 「왜, 재밌잖아.」 재범은 괜히 캔을 만지작거렸다. 원래부터 진영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더욱 이미지가 나빠져버렸다. 그 살벌한 가운데서 영재만 어쩔 줄 몰라서 동동거렸을 뿐이다. 우와, 피. 질색을 하는건지 신기해하는건지 모르겠다.
"넘어갈 줄 안다고 넘어지는 담도 아니고."
"아니 그게 아니라! 진짜 그 벽 넘어갈 수 있다구요. 그 형 장난 아니거든요."
"너 나한테 그런거 막 알려줘도 되는거냐."
"어차피 그 형이 맘먹고 하는 일은 누구도 못말리잖아요."
영재가 엉성하게 거즈를 붙여놓고 "됐다"라며 헤죽 웃었다. 곧 떨어질 듯 덜렁거리는데. 재범은 한마디 하려다 말고 그냥 제 손으로 테이프를 뜯어 덧붙였다. 아이, 괜찮은데. 묘하게 남쪽 사투리의 강세를 타고 말한다.
"그런걸 아는 너희는 왜 내보내달라고 하지 않는데?"
"그야 잭슨형이나 뱀뱀처럼 스트라이커만 아니면 임기가 끝나면 자동으로 나가게 되는걸요."
"뭐?"
"하긴, 형은 벽 안에서 자랐으니까 모를수도 있겠네… 벽 안에는 정규 교육조차 제대로 안한다면서요. 당연한거긴 하지만."
"뭐가 당연한건데."
"형, 형은 저 벽이 왜 생긴건지 제대로 모르죠?"
낡은 구급상자는 왜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영재는 주섬주섬 내용물을 정리해서 넣었다. 옆방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재범은 인상을 찌푸렸다. 영재의 말이 약올리는 듯 들렸다. 아닌데. 분명 나도 밖에 있다가 안으로 끌려온건데.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데 묘하게 기억이 흐렸다.
"처음부터 설명해줄까요?"
"그래봐."
"20**년 1월 1일에 홍콩에서 대참사가 난 건 알고있죠?"
재범은 미간을 찌푸렸다. 알 듯 말듯 기억이 나질 않았다.
"몰라도 돼요. 사실 알아낸 것도 생존자가 단 한 명이라는 거랑 그 일로 홍콩이 쑥대밭이 되어버렸다는거밖에 없으니까요. 그래도 그냥 기억해둬요."
"왜?"
"그 사건의 단 한 명의 생존자가 잭슨형이거든요."
재범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럼 이미 나이들어 죽었어야 하는거잖아."
"그건 있다가 나중에 설명해줄게요. 그 사건 이후로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현상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몇 개 일어났어요. 여기도 그 중 하나구요. 그리고 사건 발생지에서 나타난 사람들이 있는데, 처음에는 그냥 사람인가보다 했죠. 근데 그 사람들이 조금… 엄. 시간이 지나고 그 사람들과 어울리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없어지는거에요."
"……."
"주기적으로 식인을 한 사실이 발견되었죠. 자제력이 없나보더라구요. 그래서 그들을 사살하려고 했는데, 사실 겉보기로는 일반인들이랑 구분이 되질 않는거에요. 그래서 소수의 희생을 감수하고 사살하자는 얘기가 나왔었죠. 근데… 죽질 않는거에요. 총으로 쏴도 안죽고. 일반인만 죽고. 폭탄을 떨어트려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래서 그 지역을 아예 벽으로 둘러싸버린거죠. 아예 밖에 존재하는 위험군은 같이 안에 넣어버리고."
잔인하지만 살아야하니까요, 우리도. 영재는 생각보다 단호했다. 탁상을 발로 슬슬 밀어 사이에 두더니 종이와 펜을 꺼내둔다. 아주 대강, 그저 어디 대륙이 어디인지 알아볼 정도의 지도를 그려놓고는 눈꼽만한 한반도에 푸른색으로 선을 긋는다.
"한국에 현상이 나타난건 그 후로 꽤 오래 뒤에 일이에요. 21**년. 근데 규모가 작지 않아서 한반도의 70%에 만주지역까지 벽 안으로 들어가버렸어요. 저희가 있는 벽은 인천 바다와 마주치는 부분을 막은데구요. 태국은 10년정도 되었을거에요."
애기같더니, 저보고 그냥 형이라고 부르더니―열아홉이라며. 생김새의 편의상이었다. 결코 뱀뱀의 나이가 재범이나 영재보다 적지 않겠다 싶었다.
"스트라이커에 대해서 말하자면… 음. 대부분, 그러니까, 80%정도? 그정도는 각 사건들의 생존자로 구성되어있어요. 생존자들한테서 능력이 발현될 확률이 높거든요. 사실 스트라이커도 비공식 명칭인데… 잭슨형이 그냥 멋있다고 그렇게 지은거에요. 공식 명칭은 없어요. 그들처럼.
그들을 가두고나서 약한 개체와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는데 그 두 개체에서만 나타나는 특이한 파장이 발견되었어요. 그 파장이 물리적 충격을 막아준다는게 현재로서의 정설이에요. 대신 스트라이커들도 그 파장이 나타나니, 그들을 사냥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서 연구 후 투입한게 정답이었죠. 확실히 스트라이커는 효과가 있었어요. 거기다가 개개인마다 특별한 능력까지 발현되었죠."
선을 긋는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 영재의 표식은 알아보기 힘들었다. 본인도 그린 내용만 보고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을지 궁금할 정도로. 붉은 점들이 콕콕콕 찍혔다. 전 세계에 골고루 퍼지도록. 탁 펜을 놓는다. 영재가 웃었다.
"스트라이커는 나이를 먹지 않아요. 사건 당시의 형태로 고정되죠. 심지어 흉터가 남아서 아물지도 않는 사람도 있었대요. 잭슨형이 여태까지 저 모습으로 살아있을 수 있는 이유죠. 뱀뱀은 비교적 나이가 적어요. 발현된지도 오래 되지 않았고 사건을 겪은 사람도 아니거든요. 그냥 발현된 애애요. 진짜 나이는 스물 하나구요. 형이랑 저보다 동생 맞아요."
"……."
"그 사람들이… 이 벽 안의 사람들을 관리해주는거죠. 못나가도록. 그리고 그들을 없앨 방법을 연구하고. 보통 스트라이커당 보조 한 명, 그리고 담당 연구소 직원. 여기는 진영이 형이죠―보통 알려진 건 여기까지에요."
"보통이라면, 알려지지 않은 부분도 있다는거네."
"그거까지 어떻게 말해줘요 제가. 말해줘도 되는거면 이미 보통 사람들도 알았제."
영재가 어깨를 으쓱였다. 재범이 뚱하니 바라본다.
"그럼 그 안의 경찰이나 그런 공공 시스템들은 뭔데."
"감시역이요."
"망할. 그럼 왜 진짜 경찰처럼 구는거야!"
"그래야 얌전히 있죠. 아니면 나가겠다고 깽판놓을텐데. 있어도 나가려고 발악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러니까 최대한 얌전히 있을 시스템만 구축해놓는거죠."
그럼 이 안의 그냥 인간들은? 그렇게 말하려다 재범은 속으로 꾹 누른다. 잔인하지만, 살아야하니까요. 우리도. 아까 영재가 한 말에 담겨있다. 그리고 잭슨이나 뱀뱀같은 애들이 여기 있는것도 같은 이유겠지. 스스로 와 있을 이유가 없었다. 영재가 얼렁뚱땅 지도를 그려둔 종이를 뜯었다. 북북 찢는다. 알려준거 알게되면 혼날거에요 진짜. 웃는 얼굴은 그리 심각해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진영형이 형 오늘부터 잭슨 형 방 가서 자래요. 꼭."
"그랬다가 마큰지 뭔지 하는 녀석한테 죽는거 아냐. 옆에 있기만 해도 눈빛이 장난 아니던데."
"떨어져있으면 더 죽을거래요. 반드시. 진영이 형이. 나한텐 그런 말 안하던데. 재범이형 진짜 모르는 사이에요? 왜 그래요? 뱀뱀도 형한테 그러는거 보고 당황하던데. 자기두 잭슨형이랑 친한데 그런적 없다고."
"알면 이러고 있겠냐. 그리고 은근슬쩍 한 번 씩 말 놓지 마라."
재범이 일어나며 영재의 정수리를 꾹 눌렀다. 영재가 바동거리는 새 재범이 문을 열었다. 상처 난 데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문 밖에 진영과 마크는 없었다. 뱀뱀도 없었다. 잭슨은 이미 자고 있을 터였다. 그럼 이 안의 인간들은. 재범은 낮게 중얼거렸다.
영재는 다시 문이 닫히자 푹 숨을 내쉬었다. 이런 건 직접 하지―괜히 진영을 탓했다. 재범은 어딘가 무서웠다. 영재는 찢어진 종이 쪼가리들을 주섬주섬 주워들었다. 엄마, 나 이 년 동안 잘 버틸 수 있을까? 영재는 의자에 완전히 누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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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성격 모르겠다 꺄륵!(ㅈㄴ
글
20151213 쓸거
01
쓰던 뽐잭맠. 그거 얼른 써서 뭐라고 해야하나 뽐 말고 스니의 이야기를 하고싶다. 맠이야기도 있는데. 구상은 다 해뒀는데 일하고 하다보니 쓰질 못하고 있더라. 덕질하느라 바빴던게 제일이지만. 여튼 산으로 가는 내용이고 연애랑 거리가 멀어보이긴 해도 언젠간 둘이 행쇼하겠지 뭐 이런 마음으로 쓰고있다. 사실 오늘 시험인데 공부하기 너무 싫어서 좀 썼다. 이제 잭슨에 대해서 조금씩 풀어갈 차례니까 조금만 더 쓰면 스니 얘기정도는 써도 될거야 그치.
사실 내가 여기서 제일 좋아하는 건 절대적인 힘은 스니가 뽐보다 세다는거다. 뽐이랑 맠이랑 녕이랑 뱀이랑 퉤랑… 겸이도 나중에 또 나올 것. 난 왜이렇게 등장인물이 많아지는지 모르겠다. 커뮤 달릴때도 사실 캐 하나만 짜면 주변인이 수두룩하게 나와버리곤 했는데. 리퀘도 막 두세분거 같이 상황을 엮어서 쓰기도 하고. 근데 그런게 재밌긴 하다.
아 또 전투씬 ㅠㅠㅠ 전투 너무 좋아하는데. 파이프 휘두르는 스니가 보고싶다. 이건 나중에 다른데서 써야겠다. 뒷골목 보이즈st로 또 다른게 생각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연재식으로 써본것도 처음이고 해서 자꾸만 흐름도 끊기는거 같고 여러모로 신경쓰인다. 그래도 내 생에 한 번은 완결을 해보고싶은 것. 음. 근데 그게 또 팬픽이라니 기분이 묘하기도 하다. 아이돌은 절대 안 팔 줄 알았는데 특히 알페스는 절대 안 할 줄 알았는데.
02
프롤만 써둔 녕잭. 그것도 나름 내용 생각은 거의 해뒀는데 ㅠㅠ 지금 보는 녕이랑 그때 생각한 녕이랑 이미지도 다르고 뭔가 녕잭의 관계도 보면 볼수록 애시키들이라서 음 뭔가 현실과 한층 더 멀어진 기분이다. 원래 캐해석이라고 해야하나 여튼 그런것도 잘 못하고 본인이 쓰고싶은 대로 쓰는 편이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 보는데 바빠서 주변인은 거의 판타지 수준에 가까운데(…) 음.
03
뽐잭으로 사실 한 편 더 쓰고있는게 있는데 불안하다. 티슽에 자꾸 미완을 올리는 이유가 티슽 임시저장이 열개가 넘어가면 오류가 나는 바람에 다 날리곤 했었는데 ㅠㅠ 그거때문에 그렇기도 한데 이제 오백자 써놓고서 올려놓기도 그렇고 음 뭔가 그런거 올려놓고 비번 걸어두면 뭔가 낚는 기분이라고 해야하나.
04
막내라인X스니로 자꾸 야한게 보고싶다. 음. 뽐잭도 야(…)한게 좋긴 하지만 뭐라고 해야하나. 하극상이랄지 역키잡이라고 해야할지 난 그게 너무 좋다. 우리 애기들인데 우리 애기들인데 혼란스런 스니가 보고싶더라 이거. 이제 곧 둘 다 공식적으로 성인이 되니까 그때즈음이면 괜찮겠지? 하하. 문제는 내가 야한걸 정말 못쓴다는거고!
05
슨인형 만들어서 안고 자고싶다. 나중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머리카락은 인형 머리카락 재료 사서 하면 되려나. 개터리처럼 모헤어로 했다가는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를 몰라서 ㅋㅋㅋㅋ 겨울이면 팍팍 설거같다!
06
녕잭으로 하나의 문구가 쓰고싶어서 사실 지난번 녕잭을 쓰긴 했는데 너무 억지로 가져다 붙인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정말 내가 생각해놓고서 너무 좋아서 바둥거렸는데 그 대사를 넣을 상황을 모르겠다. 여전히 그것도 임시저장란에 있다. 근데 틔터에서 긁어온 한 문장만 써놔서 별로 날아가도 상관 없는데. 티슽 저장 누르면 임시저장란에 안남게 해줬으면 좋겠네.
07
야한거 잘 쓰고싶다!! 야한거!! 야한거!! 야한거!! 생리기간은 지났는데 왜그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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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4 [녕잭] -
그제부터 날씨가 확 추워졌고 어제 첫눈이 내렸다. 잭슨은 추운 날에는 방구석에 숨어 나오지도 않더니 눈이 오기 시작하니 강아지마냥 신나 돌아다니다가 감기에 걸렸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진영은 잭슨에게 파카며 모자며 장갑이며 목도리까지 꼭 챙겨 보냈는데도 그랬다. 하긴, 돌아왔을 때의 모습은 다 반즈음 풀러진 채였다. 하여간 보통내기가 아니다.
기침은 많지 않았지만 열이 높았다. 평소에도 뜨신 몸이 더 뜨거워져 주체가 되질 않았다. 마냥 옆에 앉아 간호라도 해주고 싶지만 문제는 잭슨의 아르바이트다. 영재와 마크는 그 시간에 수업이 있고 재범은 깔끔하게 거절했으며 유겸은 아직 고등학생이고… 하여간 도움이 되는 사람이 없었다. 진영은 코를 훌쩍거리며 기다시피 문 앞까지 나온 잭슨을 두고 나와야했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나오니 부재중 전화가 있었다. 다섯 건은 잭슨이었고 한 건은 마크였다. 카톡도 잔뜩 와있었다. 잭슨은 시간을 잘못 보기라도 했는지 말을 잔뜩 쌓아놓았다. 본인의 아르바이트가 원래 몇 시에 끝나는지 알면서도. 마크는 단 하나만 남겨두었다. [오늘 교수님이 감기에 걸리셔서 공강이래. 잭슨 보러 갈게.] 그런건 진작이 알아보란 말이야.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아도 아쉽다.
잭슨이 남긴 메세지를 읽다보면 웃음이 나왔다. 틀려버린 철자에 이모티콘도 한가득이고, 텍스트에서부터 잭슨의 향기가 진득하다. 삐쳤다가 애교부리다가 또 다시 삐쳤다가. 한 삼십분 텀을 두고 또 보냈다. [진영 언제 와?] 멍멍이가 우는 이모티콘이 덧붙여졌다. 진영은 소리내어 웃어버렸다. [마크 왓어] [진영 나빠 마크랑 놀거야] 진영의 걸음이 빨라졌다.
집에 거의 도착할 즈음에 진영은 뛰고 있었다. 아 진짜 마크 형. 아니란 걸 알면서도 마크는 뭔가 불안한 느낌이었다. 이게 다 잭슨이 지나치게 사람을 좋아하는 탓이다. 그중에서도 고향 땅 생각날때면 중국어로 조금이라도 대화할 수 있는 마크를 찾아버리는 탓도 있다. 열쇠가 주머니에 없었다. 아니, 안쪽 주머니에 넣어둔 걸 깜빡했다. 마크는 이상하다. 왜 남의 집에 와서 걸쇠를 걸어놓는건데. 쾅 열리는 소리에 마크가 나왔다.
지녕, 뛰어왔어?
한 차례 문이 닫히고 다시 열렸다. 대답도 않으며 목도리를 풀어버리고 당장 잭슨을 찾았다. 마크가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 또 걸쇠를 잠갔을테다. 잭슨이 방문을 살짝 열고 아르릉댔다. 손대면 물것처럼. 진영이 어색하게 웃었다. 잭슨. 잭슨. 잭스으은. 진영이 다정하게 몇 번을 부르고 나서야 퉁퉁 부은 얼굴에 입은 꾹 다물고 바라본다. 나쁜 지녕 왜. 아프면 더 애가 되어버린다. 안그래도 애지만. 스물 둘이라는 나이가 무색해 진영이 웃음을 꾹 참았다.
왜 또 삐쳤어.
찌녕이 나 무시해써.
무시한거 아니야. 일하느라고 못봤어.
나 알아. 찌녕 오늘 알바 업써.
잭슨 지난주부터 알바 했잖아. 잭슨거 대신 다녀온거야.
열이 올라 발그레진 얼굴이 안쓰러우면서도 또 귀엽다. 진영은 잭슨이 걱정스럽다. 눈을 굴린다. 이내 배시시 웃는다. 뒤에서 보던 마크가 고개를 저었다. 잭슨이 문을 열고 나와 진영을 끌어안았다. 지나치게 뜨거웠다. 진영이 잭슨의 뒤통수를 쓰다듬어주었다. 무겁다. 잭슨은 무겁다. 누가 운동하는 사람 아니랄까봐 근육이 제대로 붙어 묵직한테 틈만나면 완전히 매달려서는! 진영이 어기적어기적 걸어가 침대 위에 잭슨을 자빠뜨리는데, 뒤에서 마크가 웃었다. 착하지, 잭슨. 매달린 걸 부드럽게 떼어낸다.
아 좀. 웃지 말고 도와주던가.
미안.
아냐. 잭슨 봐줘서 고마워. 저녁은?
먹었어.
마크와 조금이라도 대화하고 있자면, 진영은 묘하게 기시감을 느꼈다. 잭슨에게 너무 익숙해진 탓이다. 깨달은 건 얼마 되지 않았다. 마크야 장난칠 때만 활활 불타오르고 평소에는 차갑지 않나. 특히 잭슨과의 온도차가 대단했다. 진영은 그 생각에 살짝 웃었다.
갈게.
응. 고마워.
마크가 가고서야 진영은 옷을 제대로 갈아입었다. 부얶에는 마크가 사온 죽이 식어있었다. 먹고난 그릇은 치우지 않았다. 그릇을 싱크대에 넣어두고 집 안을 둘러보았다. 정말로 많이 아팠던건지 오늘은 잭슨이 돌아다닌 흔적이 남지 않았다. 진영은 손을 닦고 잭슨의 방으로 살짝 들어간다.
마크 가써?
응. 갔어.
인사 안했는데.
괜찮아. 오늘은 아프니까. 마크 형도 이해해줄거야.
응. 잭슨이 이불을 놓고 팔을 벌렸다. 진영은 옆자리로 가 그 팔 안에 기꺼이 들어가주었다. 반즈음 막힌 숨소리가 어른거렸다. 진영은 잭슨의 등을 도닥였다. 땀이 잔뜩 나 축축했다. 꼭 안아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왜 아프고 그래. 괜히 잭슨이 말이 없어 조잘거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잭슨은 자야 하는데. 푹 자야 나을텐데. 밖도 어두운데. 잭슨. 진영은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아 나즈막히 불렀다. 대답이 없다. 다시 한 번 불러본다. 잭슨. 다시 입을 다물었다가 세 번째로 불렀을 적에도 대답이 없어 진영은 눈을 껌뻑거린다.
잭슨이 말이 없으면 생각의 깊이가 점점 깊어진다. 깊어질 뿐이지 영양가는 없다는 걸 알아도 멈춰지질 않았다. 진영은 잠들었을 잭슨을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뜨겁고 눅눅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입술을 깨물었다가 놓아주었다 반복한다. 진짜, 진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불러보았다. 잭슨, 하는 부름에 여전히 숨소리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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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3 [뽐잭맠] 05
05
재범이 그들의 공통점을 찾아낸다면, 누구나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 잭슨과의 첫 만남도 그랬고 진영도, 영재도, 뱀뱀도 하나 빠지는 사람이 없다. 그나마 제일 나은 사람이 뱀뱀이다. 이 공식에서 마크 또한 빠지지 않았다. 재범은 죽을 맛이었다. 처음부터 총알이 미간을 노리고 날아왔으니 놀랄 만도 하다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대범하고 당당한 총질을 잭슨이 막았으니 다행이지. 재범이 놀라 나자빠지는 사이 잭슨은 환하게 웃으며 폴짝거렸다. 미친. 말을 툭 내뱉기 전에 잭슨이 우다다 달려가버렸다.
"마크!"
달려가 확 점프해서 폭 안겨버린다. 마른 몸에 용케도 저 덩치를 받아낸다. 으하하하학, 하고 웃음소리가 한없이 높이 올라간다. 마르고 길쭉한 손이 잭슨의 등을 토닥인다. 살짝 머리칼이 보였다. 재범은 기가 찼다. 유겸과 만났을 때 스쳐지나간 그 붉은머리였다. 그때는 왜 가만히 두고 이제사? 잭슨이 마크의 목덜미에 고개를 묻고 부비적대는 사이 마크는 재범을 흘겨보았다. 잭슨은 뭐가 그리 좋은지 빵실빵실 웃어대며 쉴새없이 입을 놀렸다. 마크는 재범을 무시하는 듯 고개를 홱 돌려서는 설핏 웃으며 응, 응, 하고 가볍게 대답해준다.
묘하게 버려진 분위기에 재범은 인상을 찌푸린다. 아까의 그 다이나믹한 첫만남부터 소개는 뒷전이고 잭슨은 거의 매달리다시피 마크에게 붙어서 걸었다. 재잘대는 말에 그리 큰 반응도 보이지 않는데 뭐가 그리 좋다고. 딱 한 번, 출발하기 전에 재범의 손을 잡아 일으키면서 한 말도 가관이었다. 「JB는 약하니까, 챙겨줘야 해!」…라니. 전엔 재범이라고 부르지 않났나. 갑자기 왜 또 JB지. 약하니까는 또 뭐야. 저 무뚝뚝이랑은 왜 저렇게 친한건데. 재범의 머릿속이 한시라도 바삐 돌아가지 않을 때가 없다만 답은 또 없다.
"그래서 저런건 어디서 주워온거야."
외국인이라더니 꼭 한국인처럼 생겨서는, 발음도 쓸데없이 좋다. 재범은 주머니 속에서 주먹을 꾹 쥐었다. 잭슨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만 재범을 한 번 보고 히죽 웃었다.
"찌녕이 찾아줘써!"
"진영이 혼나야겠네."
"왜. 난 좋은데?"
잭슨이 불퉁해졌다. 마크는 작게 웃으며 잭슨의 허리를 끌어다 도닥였다. 재범은 여전히 뒤에서 소외된 채 돌을 차며 걷는다. 이랬다 저랬다야. 재범은 잭슨의 말에 끓어오르던 화를 못내 속 안에 집어넣고 투덜거린다.
"내 어디가 그렇게 나쁜건데."
"그냥 다 나빠."
으하하학, 하고 잭슨이 또 웃었다. 마크의 재범을 향한 눈초리는 여전히 가라앉을 줄 몰라 재범은 마주 흘겨보았다. 마크가 홱 돌아서니 잭슨 또한 또 다시 앞만 보며 걷는다. 아니, 마크만 보면서 걷는다. 아주 기막힌 커플이시네요. 마크의 단호하고 어처구니없는 대답에 잠시 넋을 놓았다만 결국 이를 부득부득 갈며 따라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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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8 [뽐잭맠] 04
04
근래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으니 망각하고 있었다. 인간은 망각의 생물이다. 그 말이 재범을 스치는 듯 했다. 목 언저리가 싸하다. 손에 들린 걸 내팽개쳐버리고는 도망가고 싶었지만 별로 현명한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다행히도 몸은 잘 이해해 주었다. 아까부터 위협적으로 스치는 풍압도 무섭지만 진즉이 뛰쳐나갔다면 또 다른 것에 죽었을지도 모른다. 등줄기가 싸했다. 정작 잭슨의 눈은 평온하고 고요했다. 이해하기 싫을 정도로 처음 봤을 적이랑 똑같았다.
손에 들린 파이프는 그렇게 세개 내려치는데도 왜 휘어지지도 않는가. 쓸데없는 의문과 함께 한 번 더 휘둘러지며 멋들어지게 부러졌다. 끊어진 나머지 부분은 꼭 와도 재범의 옆을 스치고 지나간다. 이러다가 곧 죽을 듯 싶었다. 잭슨은 얼굴에 묻은 걸 스윽 닦아낸다.
잭슨이 파이프의 남은 부분을 휙 던져버리고 성큼성큼 걸어온다. 재범은 살짝 주춤거렸다. 솔직히 무서웠다. 재범이 주춤거리는 것보다 빠르게 잭슨은 눈 앞까지 다가와 재범의 팔을 확 잡아채다 끌었다. 부숴지고 깨어지는 소리가 났다. 콘크리트나 물건 따위가 부숴지는 소리는 아니었다. 소름이 돋는다. 재범은 힘주어 중심을 잡고 흘끗 시선을 돌렸다. 그래. 그랬다. 이 도시는 이런 곳이었다.
"재봄!"
큰 눈이 눈 앞에 훅 다가왔다. 이름은 또 어디서 들었는지 웃기지도 않는 변형이다. 이내 은근하게 히죽 웃는다.
"재봄 그러다 큰일나. 나랑 있는데 그… 그러구 있으면 진짜 주거."
"……."
"음… 재봄 나 일 끝나써! 같이 가자!"
헤죽 웃는다. 잭슨이 재범의 손을 다시 잡았다. 아까보단 부드럽게. 단단하고 작은 손에는 채 닦여나가지 않은 체액이 묻어났다. 마냥 해맑게 웃는 얼굴이 또 사랑스러워 재범은 더욱 끔찍하고 무서웠다. 굳은 다리는 잘도 움직인다. 앞서가는 잭슨의 뒷모습은 후드로 가려 보이지 않았다.
잭슨은 계속해서 혼자서 조잘거렸다. 진영이 뱀뱀과 잭슨만 같이 밥을 먹은 걸로 계속해서 찡찡거린다느니, 사실 그날 진영이 속이 안좋다고 해서 그런거였는데, 영재 목소리가 너무 크다던지, 방이 좀 춥다던지, 아주 방금의 비일상이야 아무렴 어쩔까 싶을 정도로 평화로운 말을 시끄럽게 내뱉었다. 여태껏 말도 제대로 붙이지 않던 게 언제적 일이라고 쉴새없이 입을 놀렸다. 재범은 잭슨이 뒤를 돌아보고 눈을 마주치며 답을 구할때만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잭슨은 그것만으로도 상관 없는지 계속 위태로운 길을 갔다. 폐허를 떠도는 고양이처럼. 재범은 그 뒤를 비틀비틀 따라갔다. 용케도 중심을 잡았다. 잡은 손이 뜨거웠다.
해가 지고 있었다. 재범은 그 벽을 이렇게나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었다. 벽은 무너진 도시와 바깥 세상을 갈랐다. 잭슨은 벽을 손으로 쓰다듬는다. 가볍게 바람이 분다. 잭슨의 눈매가 내려앉는다. 잭슨은 쥔 손을 놓아 더 앞으로 나아간다. 그림자 즈음에서 멈추어 서 돌아선다.
"있지, 내가 무서워?"
재범은 솔직하게,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재봄은 여기 좋아?"
이번엔 고개를 저었다.
"그럼 여기 나가고싶어?"
재범은 입을 다물었다. 악마의 속삭임같았다. 그만큼 순수하고 달게 잭슨은 이야기했다. 목소리는 담담했으나 눈에는 왠지모를 물기가 어렸다. 단순히 크고 맑은 눈이라 그리 보일지도 모른다. 이제 막 져가는 져녁놀은 밝으니까. 재범은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다. 재범은 그 눈을 계속해서 마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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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뽐 아닙니다… 그보다 완전 이름만 뽐이고 잭이지 자캐같은데 이거 거기다가 워낙 생각의 흐름으로 써서 ㅋㅋㅋㅋㅋㅋㅋ꺄륵
글
20151113 [녕잭]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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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이 피아노 건반에 손을 올린다. 잭슨은 진영의 피아노 연주를 좋아한다. 피아노 몸체에 머리를 기대고 마치 그 울림 전체를 몸으로 느끼듯 듣는 걸 좋아했다. 진영은 잭슨이 살풋 눈을 감고 피아노 몸체에 머리를 기대고 있는 걸 좋아한다. 한없이 사내다운 얼굴에 늘 아이마냥 장난스런 미소를 걸곤 하는데, 유독 눈을 내리감으면 감은 눈매와 콧대와 살짝 벌어진 입술이 또 다르게 예쁘다. 진영은 곧 잠들 듯 그렇게 앉아있는 잭슨을 좋아한다.
그러고 조금 있으면 진영이 누르는 건반의 음계를 따라 알 수 없는 노래를 흥얼거린다. 한국어를 할 때도 있고, 영어를 할 때도 있고, 광동어나 중국어를 할 때도 있는데 진영은 광동어를 제일 좋아했다. 다른 언어보다 낮고 허스키한 음색이 좋았다. 잭슨, 진짜 노래 하지 않을래? 진영이 피아노 건반에서 손을 떼며 그렇게 물어보면 잭슨은 좋아라 웃었다. 웃으면서도 단호하게 하지 않겠노라고 말한다. 요사이는 매일이 그런 식이었다. 그리고 또 무어하러 되묻는다. 그렇게 내가 노래하는 게 좋아?
진영은 피아노 의자에서 내려와 잭슨의 앞에 앉는다. 잭슨을 마주보며 부드럽게 미소짓는다. 손을 들어 잭슨의 볼을 쓰다듬는다.
"응. 정말 좋아."
잭슨이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금세 입을 닫았다. 아니, 닫혔다. 진영의 입술이 와 닿았다. 잭슨은 단순하고, 아직은 순진하다. 와닿는 숨이 경직되었다. 진영은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 잭슨의 입술은 생각보다 부드럽고, 피부는 남들보다 뜨겁다. 꼭 힘이 들어가버리는 손은 단단하다. 이번에도 목부터 달아올라버리는 게 귀여워 진영은 하하 웃었다.